2026년 8월 30일

이사

무사히 이사했다.

이번주에 많은 일이 있었다. 이사했고 급하게 준비한 행사 하나를 끝냈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한주였다. 이사하면서 느낀점과 집에 대한 생각은 따로 정리해서 올려보고 싶다. 여러 느낌이 든다. 집을 가져보는 것도 처음이고, 아파트에 살아보는 것도 처음, 심지어 집에 정수기도 처음 가져본다. 이사를 무사히 끝낸 날, 아파트 단지 뒤편 놀이터에 혼자 나와 있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너무 피곤하지만 최근 들어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이사 전날… 일이 존나게 많음에도 이삿날 어쩔 수 없이 휴가 써야 했기 때문에 점심 샌드위치 먹고 일함…

내일 이사를 위해 단호한 결의를 다지고 있는 선희. n번째 가락동 이사 전야 식사는 우리가 이사 온 첫 날에 먹었던 밀각에서. 메뉴는 평냉과 반족발이다.

이사 전날, 우리 기준 꽤나 많은 정리가 된 모습이다. 커버링, 오늘수거 같은 쓰레기 수거 서비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사 갑니다 ㅎㅎ 응원부탁~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았다)

이슈 1) 이사 당일, 지정 주차장에 매일 차 대시는 분께 사다리차가 들어와야 하니 이동을 부탁드렸는데 그냥 뒤로 조금 빼놓기만 해두었고… 사다리차 아저씨는 이 차 안 치우면 사다리차 사용 불가하다고 하는데 차주가 전화를 안 받는 문제가 있었다. 가까스로 통화에 성공했는데 이미 출근했다고 하셔서? 어디냐고 하니 다행히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병원이었다. 그럼 그냥 키 가지러 가면 되잖아…ㅠ 뉴스타트 병원이라는 곳이었는데 병원 이름에 저런 엄청난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T만 왜 Trust in God인가…

이슈 2)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 이사로 이미 오전에 모든 체력 소진,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오전 9시 정도부터 그냥 인성을 내려놓게 되었다. 우리가 살던 집을 중개하는 중개인이 선희한테 커뮤니케이션을 너무 공격적으로 해서 그때부터 나도 왜요, 뭐요, 근데요로 맞받아치게 되었고… 가스, 수도, 전기 이사 정산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던 우리는 당일에 왜 그게 안되어 있냐는 중개인의 다그침(?)에 조금 당황했으나 원래 당일에 하는 거고 그 전에는 부동산에서 다 안내해주는 것들이었는데 지금까지 말 없다가 이삿날 아침에 빚받으러 온 사람처럼 내놓으라고 해서 좋은 날 기분 잡치게 하냐고 응수했다. 침착하게 이사 정산까지 완료…

임차인이 전세금 입금했다는 카톡을 우리한테 보낸 중개인… 이분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는 순간 입금이 잘못 들어온 줄 알고, 임차인이 우리 계좌는 어떻게 알았는지 1분간 패닉되었음

ISTP의 이사… 다들 아시죠… 차에 짐이 많이 실려서 다행이다. 소소하지만 별도 창고에 보관하던 자전거를 깜빡하고 이삿짐에 안 실어 보내서 부랴부랴 차에 싣는 상황이 있었으며, 이삿짐 선생님들께 맡기기엔 소중한 것들은 차에 실었다. (그런데 지금 사진 보니 선생님들께 맡기는 게 좀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

송파구를 떠나며…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저 마룻바닥에 끌렸었는데. 이 집에서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입주 청소를 했음에도 저 오래된 전기 오븐렌지 스위치에 낀 기름때가 빠지지 않아 하나하나 분해해서 불려서 이쑤시개로 기름때 긁어냈던 기억이 떠오르네 하하…

송파구에서 먹은 찐 마지막 식사는 선희가 제일 좋아하는 로꾸아지…(육미, 여섯가지의 맛이라는 뜻이겠지?) 가락동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송파구 최고의 돈가스, 메밀 맛집이다. 나오면서 사장님께 그동안 신세 많았다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외국으로 이민 가는 분들도 귀국하면 종종 찾아온다며, 나중에 또 오라고 하셨다.

이거 먹고, 아직 우리 전세금은 받기 전이지만 이사갈 곳과 이동 거리, 잔금 약속 시간을 고려해 전세금 입금 확인은 이동하는 동안 하기로 하고 홍제동으로 향했다. 어쩌면 이사보다 더 중요한 잔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삶에서 가장 큰 금액이 오가는 거래라 액수나 과정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준비 서류, 이체 한도와 이체 방식, 보안 매체 필요 여부 등을 몇번이고 확인했기 때문에 대출금 실행만 잘 되고, 우리 전세금만 제때 들어오면 문제가 있을 건 없었다.

내부 순환로에서 홍제동으로 내려가는 램프로 빠질 무렵 전세금이 무사히 입금되었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마침 부동산으로 가는 매도인 부부를 만나 같이 부동산으로 향했다. 우리 거래를 도와줄 법무사(중년 여성분이셨다)가 이미 도착해있었고, 그분의 가이드 대로 서류에 서명하고, 입금하고, 취득세, 법무사 비용, 채권 비용, 복비 등을 차례로 입금하고 나니 모든 절차가 끝났다. 이제 이 집이 내 소유가 된 거다.

이슈 3) 사실 선희가 가장 걱정했던 건 잔금도 무엇도 아닌 세탁기/건조기 타워가 무사히 이 집 다용도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였다. 우리집 세탁기, 건조기는 어느덧 구매 8년차가 된 모델이라 요즘 나오는 제품들보다 덩치가 컸고 호갱노노에서 본 입주민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세탁기, 건조기를 넣지 못해서 어떻게 했다거나, 들어갈 지 걱정하는 게시글들을 본 적이 있었다.

저 공간과 세탁기 실측을 알아도, 당일 현장에서 직접 시도해봐야 정확하다는 것이 모든 이삿짐 팀장님들의 의견이었다. 그분들도 많이 시달린 이슈였을 것… 이날 현장에서 확인해 본 결과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었는데, 좋은 소식은 들어는 가진다는 점, 안 좋은 소식은 보일러실 출입구가 아예 가로막히게 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할지 빠르게 판단해야 했는데, 나는 그냥 보일러실 출입구를 막고 건조기를 올리기로 했다. 집 공간이 넓지 않아서 건조기가 어떤 공간으로 가든 방 안의 코끼리 신세가 될 것이 뻔했고, 세탁기는 매일 쓰지만 보일러실 문을 열 일은 몇번이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결정은 했으나… 저 수도꼭지에 세탁기 호스와 연결할 때 필요한 커플링이 없다는 두 번째 문제가 있었다. (저 사진 속 금속 부품…) 삼성 서비스센터에 몇번 전화해서 근처 불광역에 있는 삼성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면 해당 부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다가(요즘은 전화 문의를 다 AI로 돌려놔서 내가 원하는 답변도 받지 못하고 전화가 뚝 끊겨버린다) 분노 몇번 차올랐지만… 결국 연결된 상담사에게 들은 답변은 이런 거였다.

“해당 답변은 세탁기/건조기 전문 상담사가 확인해서 해줄 수 있는데, 지금 그분이 상담량이 많아 전산상으로는 내일 오후 6시에 상담 가능한 것으로 조회된다. 정말 죄송하지만 내일 오후 6시로 상담 예약을 잡아드릴까요?”

음… 그분은 최선을 다하셨겠지만 시스템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냥 알겠다고 그러자고 하고, 근처 철물점을 찾아갔더니 부품이 있어서 바로 구매해왔다… 철물점 최고… 그렇게 세탁기 설치까지 완료.

이슈 4) 고민 끝에 사이 청소를 하지 않고, 일단 짐을 넣은 다음, 다음날 청소하기로 했는데 짐이 있는 곳은 청소 업체에서 청소하지 않는다는 원칙…? 이 있다고 한다. 뭔가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원래 청소가 짐이 있으면 잠깐 빼두었다가 닦고 다시 올려두고 하는 그런 과정이 아닌가?), 그렇다고 하니 선택을 해야 했다. 짐을 대부분 정리해두고 베란다나 화장실, 창문 같은 크리티컬한 부분들만 청소할 것인지 아니면 짐 정리는 나중으로 미루고 많은 곳을 청소할 것인지.

우리는 작업실로 쓰기로 한 방에 모든 짐을 다 몰아 넣고 작업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들을 모두 청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삿짐 선생님들은 포장이사를 했음에도 정리하지 않는 우리 선택을 의아해하셨지만… 일찍 끝나서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이슈 5) 이사 오기 전에 방 배치 계획을 세우느라 도면을 받았는데… 실제로 도착해보니 방 크기가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알고보니 도면은 벽두께까지 포함한 실측이었고… 우리가 주문한 침대를 넣게 되면 침대방의 문이 침대에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침대 도착하면 문은 떼어내고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거실 벽에 티비를 걸었던 못자국이 있었는데, 이 또한 예상 못했으나 다용도실에 남은 벽지가 많이 있어 부분 도배 업체를 부르기로 했다.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어쨌든 이사 끝. 그래도 꽤 공들여 인테리어 해둔 집을 좋은 금액에 구했고, 작지만 서울에 있는 아파트고, 우리가 서울에서 좋아하는 곳들과 가깝고, 우리가 좋아하는 북한산이 동네에서 잘 보이고, 홍제천을 매일 뛸 수 있고, 저층이긴 하지만 창밖으로 나무가 잘 보이고, 낮에 해가 잘 들어오는 집이라서 좋았다.

우리 집에 처음 온 손님은 수정이… 이삿날 도와주러 와서 너무 고마웠다! 맛있는 거 사줘야 하는데 그때 철물점에 부품사러 가느라 챙기지 못하였다.(대신 선희가 데리고 가서 밥먹음) 수정이 가고, 인터넷 이전 설치까지 끝내고… 정말 모든 체력이 다 소진된 상태가 되었다.

파이널리, 이삿날 국룰이죠 아무래도…

후으 이사하고 다음 날 바로 회사 출근… 금요일 행사 준비해야 하는 지옥의 스케줄이어서 이사 후에 하루 컨디션 조절한다거나 할 여유 따위 없었다. 사실 이사 다음날인 수요일에 미팅 없길래 그냥 원격 근무할까 하다가 출근했는데 안했으면 큰일났을 뻔… 하하

목요일 밤 혼자 신논현에서 유부초밥 먹으면서 야근하구…

집 가는 길 택시에서 이런 장면 보면서 귀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행사 전날이었지만 너무 강한 피로+스트레스로 맥주 너무 마시고 싶어서 아직 채 정리가 되지 않은 집에서 맥주도 마시고…

행사 무사히 끝내고…ㅠ 그래도 이런 게 일하는 재미죠. 행사 당일에 신촌에서 7시까지 테이블 픽업하러 가기로 했어서 부랴부랴 또 행사 끝나자마자 바로 신촌으로 지옥의 9호선 급행 타고 달려가서 테이블 픽업해왔다. 가로 2200의 육중한 원목 테이블 운반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는데, 기사님이 너무 잘 가이드 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진짜 어떤 타이밍에서 테이블을 세우고 각을 틀고 해야할지 딱딱 판단하는… 사실상 ‘운반 물리학자’ 수준의 베테랑 기사님과 함께해서 다행이었다.

입담도 좋은 분이라 너무 유쾌한 어른이셨는데(64년생이라고 하셨다) 신촌에서 홍제동으로 가는 동안 쉬지않고 말씀하셨는데, 신촌 상권이 죽어가던 시기, IMF 시기의 서울 분위기, 당신의 고등학교, 해병대, 현차 노조 시절 이야기, 홍제동의 과거 등…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도저히 대화할 수 있는 에너지가 아예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겨우겨우 대답만 하는 수준으로 네… 네…ㅠ 하면서 집으로 왔다.

테이블이 생긴 집에선 이제 이런 걸 할 수 있다…

수건도 고르고..

주말에는 소파 테이블 픽업하러 갔다가 교통사고도 나고… 우리 앞차가 급정거했는데, 나는 겨우 멈췄는데 뒷차가 와서 꽝~

다행히 다치진 않아서, 보험사 불러서 수습하고 담대하게 와서 음악 들으면서 마음 가라앉혔다.

일단 자리를 찾을 때까진 거기에 있으렴… 소파테이블 고민이었는데 너무 잘 구한 것 같다. 주문한 소파랑 무드도 잘 어울릴 것 같다.

4년 만에 홍제천-불광천 뛰어보고, 담대하게 와서 땀 식히면서 음악 들었다. 예전보다 난 더 강해졌나? 달리기는 좀 느려진 것 같긴 하다. 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연해진 건 확실하다. 사고 방식과 관련한 모든 면에서.

달리기 하고 집 들어가는 길에 근처 갈만한 빵집 있나 체크 한번 하고… (salt라는 곳인데 괜찮네요) 이렇게 새로운 집에서의 일상이 만들어진다. (끝)